위 사진에서 변기가 벽을 보고 있습니다. 벽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기에서 볼일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사진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상한 건축물' 류의 사진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더 심각한 상황을 담아내고 있는 사진입니다.

 

5층짜리 빌라의 1층 세대에서 무려 10년동안 변기가 역류했습니다.

막힘 -> 역류  -> 뚫음 -> 막힘 -> 역류 -> 뚫음 이 과정이 10년째 반복되다보니 세입자뿐만 아니라 집주인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단순한 변기 막힘이면 그나마 낫겠는데 다른집 오물이 변기로 역류를 하니 세입자도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집주인은 변기를 포기하고 위 사진처럼 변기를 탈거해서 한쪽에 치워놓고 배관을 아예 막아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결과가 아래 사진입니다. 오수배관이 백시멘트로 완전히 덮혀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변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변기가 역류하는 원인부터 찾아서 해결하는 업체 일통배관케어를 발견하셨고 그렇게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반복됐던 변기 역류의 원인, 과연 찾았을까요?

 

얼마나 백시멘트가 꽁꽁 덮혀있던지 이걸 제거하는데만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변기가 역류하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일인지 반증합니다.

 

마침내 드러난 오수 배관(변기 배관)에 배관내시경 카메라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흔히 볼 수 없는 이물질이 배관을 턱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지름이 50mm(5cm)인 파이프가 들어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변기 배관이 100mm(10cm)인데 거기에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배관이 또 들어있으니 당연히 여기에 온갖 오물과 휴지가 걸리면서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빌라의 층고를 생각해보면 변기 배관에 들어있던 이 파이프의 길이도 족히 3미터는 넘을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수로 배관이 변기를 통해 들어수는 없고, 누군가 쭉 직선으로 떨어지는 배관에 이 파이프를 넣은 것입니다. 즉, 누군가 고의적으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이 배관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건물의 옥상에 난 수직 오수배관입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각 집의 변기 배관이 연결되는 수직으로 놓인 배관입니다. 이 곳에서 다시한번 배관내시경으로 확인을 해봅니다. 그러자...

 

역시나 예상대로, 건물의 1층에서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자리잡은 파이프의 위쪽 부분이 내시경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악의적인 행태의 피해자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세입자와 해당 건물을 경매로 구입한 집주인이었습니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신 집주인께서는 '내가 이 건물을 경매로 사고 10년동안 어려움이 많았어요, 건물을 지을때 분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마도 누군가 그 때문에 앙심을 품고 파이프를 넣어 놓은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변기 역류로 노이로제에 걸릴뻔 했는데 마침내 10년만에 원인을 알게 되었고 해결방법도 알게 되어서 정말정말정말 기뻐하셨습니다.

 

며칠 후 저희에게 '알려주신 방법대로 파이프를 제거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변기 배관에서 빼낸 파이프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10년간의 변기 역류로 인한 스트레스가 드디어 해결된 것이지요.

저희도 얼마나 기뻤던지요. 세입자분과 집주인분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변기 배관에 악의적으로 넣어진파이프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래의 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