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하수구가 역류를 해서 하수구 뚫는 업체에 연락했더니 업체 기사님은 우리집이 아니라 우리 옆옆집을 뚫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라구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봉천동 원룸 빌라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원룸 건물의 주인장께서는 한 층에 있는 다섯세대 (6~10호)8호 세대와 10호 세대에서 물을 사용하면 9호 세대에서 하수구 역류가 생긴다고 하시네요. 그럼 9호 세대가 역류하니까 9호 세대에서 뚫어야 하는걸까요? 아니면 건물 주인장 말씀대로 하수 배관이 10호부터 시작해서 6호로 흐르니까 10호부터 뚫어야 할까요?

 

문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면 엉뚱한 비용과 시간이 낭비됩니다. 문제를 바르게 파악하면 절반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라는 명언도 있지요.

 

이 곳 원룸처럼 특수한 상황인 경우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부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정말로 남의 다리를 긁지 않게 되지요.

 

 

문제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배관 내시경입니다. 직접 볼 수 없는 배관의 내부를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먼저 역류가 일어났다는 9호 세대에서 내시경을 넣었을 때는 배관에서 역류를 일으킬만한 이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문제지점은 어디인걸까요? 내시경을 좀 더 넣어보니...

 

 

드디어 만났습니다, 배관의 문제지점! 9호 세대로부터 6.1미터를 더 들어가자 마침내 배관을 꽉 막고 있는 이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물질과 가까운 세대에서 하수구를 뚫어야 하기 때문에 9호 세대로부터 6.1미터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했습니다. 관로탐지를 시작했습니다.

 

 

관로탐지를 한 결과 문제 지점은 7호 세대와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이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 7호 세대에서 싱크대 물을 내리자 6.1미터 지점에서 쏟아지는 물을 볼 수 있습니다.

 

7호 세대의 물이 쏟아지며 기포가 생기는 모습

 

이러한 확인 과정을 거쳐 7호 세대와 가까운  배관에 이물질이 막혀서 하수구 역류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왜 7호나 8호가 아닌 9호 세대에서 하수구 역류가 일어난 것일까요?

 

그 답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7호~10호 세대 중 9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싱크대 하부의 연결관 주위를 테이프로 밀봉을 해놓은 것이었습니다. 테이프 사이로 찔끔찔끔 새어나오긴 했지만 밀봉된 덕분에 하수가 역류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밀봉된 싱크대 배관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곳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했으므로 해결은 간단하고 쉽습니다. 7호 세대에서 강력한 석션을 사용하여 하수관을 막고 있는 이물질을 제거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석션 방식은 배관의 이물질을 빼내어 제거하기 때문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는 한 오랫동안 하수구 역류나 막힘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하수 배관 석션으로 이물질을 배관에서 제거

 

이렇게 제거된 이물질은 체에 걸러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지기 때문에 다른 배관에서 문제를 일으킬 염려도 없습니다. 이제 이물질이 완벽히 제거된 하수배관은 다시 평화를 찾았습니다. 하수구 역류로 애꿎은 고생을 하던 9호 세대 입주자께서도 마음놓고 싱크대를 사용하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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