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업종은 고객과 대면하는 일이 필수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아마도 어려운 직업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그만큼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가끔 인내심을 심하게 테스트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좋은 분들을 더 많이 만난답니다. 그 중에는 최근에 종로구 평창동에서 만난 구수한(?) 건물주분이 계시지요...

 

처음 전화상담으로는 심각한 하수구 막힘 문제인 줄 알았지요. 일단 현장으로 출동하였습니다.

 

다급한 저희의 마음과는 달리 건물주께서는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며 초대(?)를 해주시네요.

멋들어진 앉은뱅이 탁자에 둘러앉아 귀하게 생긴 작은 찻잔에 손수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여러 차례 따라주시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건물주께서는 최근에 건물을 보수했는데 그로 인해 하수구 막힘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게다가 보수하면서 건물 밖의 집수정과 맨홀이 사라졌다(?)고 하시네요.

 

건물 밖으로 나가서 확인해보니 정말 맨홀이 있던 자리가 흙으로 덮여 있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말씀을 잘 들어보니 건물의 2층 세대가 싱크대 막힘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지요.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정말 싱크대가 꽉 막혀서 전혀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고 꽁꽁 동여매셨어요


저희 블로그를 꼼꼼히 보셨는지 건물주께서는 배관 내시경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거듭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2층 세대주 분들의 말씀을 잘 듣고 또 직접 배수 테스트를 해가며 내린 결론은 이번 평창동 현장에서는 굳이 배관 내시경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싱크대 하수관의 막힘은 대부분 기름 슬러지음식물 찌꺼기가 응고된 것인데요. 강력한 석션기를 사용해서 배관에 들러붙은 이물질들을 깨끗하게 제거해 줍니다.

 

아울러 배관세척도 함께 진행하였기에 완벽하게 싱크대 하수구를 청소할 수 있었지요.

 

싱크대 주름관에서도, 밑의 배수관에서도 꼼꼼하게 청소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엄청난 양의 기름 슬러지들이 나왔습니다. 배관 세척으로 어느 정도 액체화 된 슬러지를 석션하는데도 중간 중간 커다랗게 덩어리진 기름들이 나와서 배관에 걸리곤 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이렇게 많이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체는 김장할 때나 사용하는 크기입니다


작업을 마치고 배수 테스트를 할 때 커다란 들통으로 물을 한 솥 부어보았습니다




하수구 막힘이나 역류 없이 물이 쏴아악~~ 잘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어찌나 속 시원해 하시던지...그간의 어려움이 다 느껴질 정도였습니다(토출된 기름 슬러지의 양을 보면 과연 그동안 싱크대에서 물을 사용하시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현장을 잘 정리한 뒤 나오려는데 구수하고 맘 좋으신 건물주께서 같이 된장찌개 한 그릇 먹으러 가자고 여러 번 권하셨는데 뿌리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고객분께서 또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평창동 현장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좋은 고객 분을 만난 것도 큰 행복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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