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수빅에 여러 리조트가 있지만 한국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것은 '안바야 코브 Anvaya Cove'일 것입니다. 그런데 늘 안바야만 가는 것이 지겨워(게다가 데이투어 가격도 올랐고..ㅠㅠ)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곳을 찾아보았는데 그러다 추천을 받은 곳이 '아세아 수빅 베이 Acea Subic Bay' 리조트 였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를 비롯해 온라인에서는 썩 좋은 평을 받고 있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도 '직접 가서 확인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찾아가게 되었지요.
숙박 없이 데이투어 비용이 1인당 1,000페소에 식사 포함이며 이용시간은 오후 5시까지.
나름 나쁘지 않은 가격인데도 왜 아세아 수빅 베이를 비추하게 되었을까요?


입장료를 내고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 위의 사진과 같은 팔찌(?)를 줍니다. 한국의 케리비안베이에서는 이걸 이용해 밥도 사먹고 하는데 여기서는 뭐 그냥 '입장료를 지불한 데이투어 방문객이다'라는걸 말해주는 기능 말고는 없는 듯 하네요

인원수에 맞게 비치타월을 받아들고 탈의실로 향합니다.
탈의실의 위치는 데이투어 체크인을 하는 곳 바로 옆에 있습니다. 탈의실은 상당히 세련된 모습입니다.(건물의 전반적인 느낌이 세련되고 한국의 고급호텔 같음) 그런데 라커를 사용하려고 하니 100페소를 내야한다고 하네요. ;(
게다가 이것도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말고 나가서 물어봐야만 했습니다. 굉장히 사소해보이는 것이지만 워낙 서비스가 훌륭했던 안바야를 이미 경험한터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스태프들이 사방에서 도움을 베풀 준비를 하고 있는 안바야와는 달리, 여기 아세아에서는 남자 직원들 몇 명 만이 멀뚱히 서 있거나 건들거리며 앉아있을 뿐이었습니다.

수영장과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 특히 조경에는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건 그런 노력들이 이 호텔에 대한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겉모습은 기만적'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떠올랐거든요.

시작부터 아세아 수빅베이의 단점을 한꾸러미 풀어놓은 것 같지만 이 곳에도 안바야에 버금가는 장점이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해변입니다.

제게 안바야는 멋지고 깨끗한 수영장에 비해 바다 물은 많이 탁하고 모래사장도 좀 거친 듯 했거든요. 하지만 아세아 수빅 베이의 모래는 고운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다물이 좀 더 선명하고 깨끗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바로 옆에 경비행기 비행장이 있는지 수영하는 내내 경비행기가 다니더군요..
멀리서 보기에는 그림 같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 해변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경비행기가 내는 굉음이 많이 거슬릴 수 있겠습니다.

바다가 잔잔해서 물놀이 하기도 나쁘지 않은데 꽤 깊은 곳이 있으니 수영할때는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비치의자와 그늘막이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용객이 안바야에 비해 매우 적은편이라 사람들 많은 곳을 피하고 싶을땐 제격이겠더군요.(이것이 아세아의 두번째 장점입니다.ㅎ)

처음에 이용료 1,000페소에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는데요, 입장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게 아니라, 여기에서 정해둔 메뉴(이 날은 치킨/생선/돼지고기)중에서 골라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점이 우리 일행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지요.


식당의 인테리어는 정말 고급 호텔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올 음식에 대해서도 엄청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요, 기대가 커서 실망이 더 컸던 걸까요?

물이나 음료를 하나도 서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부터 내오기 시작하더니, 같은 메뉴인데도 고기의 사이즈에 큰 편차를 보여서 먹는 사람들끼리 묘한 눈치를 보게되고, 게다가 치킨과 돼지고기의 껍데기를 너무 태워서 불쾌감을 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화려하다해도 정작 그곳에서 먹는 음식이 즐겁지가 않은데 그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올리 만무합니다. 고작 이런 음식을 포함해서 데이투어 이용료를 1,000페소나 받는다는 것이 영 못마땅했습니다. 게다가 산미구엘 캔맥주의 가격이 130페소! 이 사람들이 과연 자기들 서비스의 품질은 따져보고 가격을 책정한것인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아세아 수빅 베이를 비추하는 이유를 다시 정리해보면,
- 전반적으로 서비스가 나쁘다 (불친절하다는 뜻이 아니라, 서비스 자세가 없다. 예를 들면 호텔 로비의 여자 화장실에 다섯 개의 좌변기가 있었는데 그 중 네개가 더러운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음. )
-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막상 내실이 없다
(유아풀에 설치된 거창한 미끄럼틀은 오히려 아이들의 사고 위험이 있어보이고, 유아풀 바닥은 죄다 일어나서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아이들이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음. 또한 샤워실에 비누 등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고 따뜻한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음.)
- 가성비가 매우 떨어진다 (특히 안바야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자꾸 안바야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안바야를 가게 될 것 같고, 아세아 수빅베이를 추천해준 지인에게 꼭 안바야를 다녀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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