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가 역류하는데 하얀색 노란색 작은 덩어리들이 함께 역류하나요?

그렇다면 하수관이 소리치고 있는 겁니다. 청소 좀 해달라고...


사람의 몸은 참 잘 만들어졌습니다. 장 속에 오물이 차면 신호가 오고 힘을 주어 제때에 배출시키도록 되어있으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각종 음식물 찌꺼기와 기름때가 끼는 하수배관은 스스로 이물질을 배출시키는 능력이 없습니다. 물론 중력을 이용해 오물과 하수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도록 설비를 하지만 여전히 무게가 있는 이물질들은 하수관에 남아있게 되지요.


이렇게 쌓이고 쌓인 이물질과 차갑게 식은 기름성분 함께 뒤엉켜 응고되고 시간이 지나며 결국 하나의 덩어리로 변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기름 슬러지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슬러지 덩어리가 하수배관을 꽉 막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배출되어야 할 오폐수 및 하수가 배출되지 못하고 가까운 구멍으로 역류를 일으키는데 이 때, 슬러지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도 물과 함께 역류합니다. 바로 이것이 하얀색 또는 노란색 작은 덩어리의 정체랍니다.




개포동의 멋있게 지어진 다가구 빌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집 밖에 있는 작은 소제구에서 역류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하얀 슬러지 덩어리도 함께 역류했다고 집주인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소제구와 연결된 하수배관을 청소할 때가 된 것입니다.


역류를 일으킨 하수배관의 소제구


하수도관의 구조를 파악해서 어느 세대에서 사용하는 물이 역류하는지 우선 알아냅니다. 엉뚱한 배관을 청소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그 다음에는 배관세척석션 작업을 통해 하수배관의 슬러지 덩어리를 뽑아 올려 제거해줍니다. 한 번의 석션으로 끝날 양이 아니기에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석션으로 슬러지를 뽑아 올려 제거


석션으로 쉽게 뽑아 올리기 어려운 멀리 있는 슬러지 덩어리들은 전동 와이어(스프링)으로 부수어 줍니다. 그리고 부서진 슬러지 덩어리들을 다시 석션으로 뽑아내줍니다.


뽑아 올려진 슬러지 덩어리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 뭉치와 비닐도 나왔습니다. 간혹 하수배관에서 비닐 조각을 발견하는데 비닐은 멀쩡한 하수배관에 금세 이물질이 쌓이게 만들 수 있는 위험물질(?)입니다. 배수구로 들어가지 않도록 꼭 주의해주세요.


석션과 전동와이어 작업을 여러 차례 번갈아가며 시행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갑니다.

커다란 석션 통도 몇 번을 비우러 왔다 갔다 했네요. 총 270리터의 액체화 된 기름슬러지가 회수되었는데 1.5리터 콜라병으로 따지면 무려 180병 분량입니다.

그만큼 하수관 안에 기름 슬러지가 꽉 차 있었습니다. 청소가 꼭 필요한 시점이었지요. 


전동 와이어 작업을 하는데 와이어가 진입을 못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고 배관 내시경을 넣어보았더니 하수관의 특이한 구조 때문에 와이어 진입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내시경이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다행스럽게도 배관 내시경이 있어서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내시경을 보면서 방향을 달리해가며 와이어를 넣었다 뺐다하는 시도 끝에 마침내 와이어가 하수관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만약 내시경이 없었다면 와이어가 진입을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굴착 공사를 해서 배관을 열어보거나 이번 작업을 포기했을 수도 있겠지요.


진입 성공 후 쑥쑥 들어가는 전동 와이어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청소가 필요한 하수관 속 이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하였기 때문에 속이 후련했습니다. 


전동 와이어에 걸려 나온 머리카락 뭉치 - 적은 양이라고 우습게 봐선 안된다


270리터 분량의 용해된 기름 슬러지와 슬러지 덩어리들


특히 물을 잔뜩 받아 내려서 테스트를 할 때 하수구에서 역류 없이 시원하게 소통되는 모습을 확인하면 오늘도 성공했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 된 하수관도 오랫동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낼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가 되면 자기의 속내를 비치며 말하겠지요. 청소 좀 해주세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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